<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에 이어 <겨울과 봄> 편이 공개됐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생동감이 넘치는 화면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각색과 편집이 돋보인다. 주인공이 어릴 때 엄마가 해주던 음식을 재현하거나, 자신이 일군 곡식으로 음식을 만드는 과정은 만화 원작에서는 전달되지 않던 생생함이 느껴져 보는 즐거움이 크다.

특히 주인공 이치코 역의 하시모토 아이 덕분에 이 영화는 설득력을 얻는다. 만화 원작이 그려낸 여주인공은 ‘덩치가 작다’고 묘사돼있어 그녀의 자급자족은 어째 공감이 가지 않는다. 아무리 산골에서 자라 산을 잘 알고 있다고 해도 혼자 농사를 짓고 채집을 하며 살아간다는 건 쉽게 납득되는 풍경이 아니다. 반면 프로필상 165cm인 하시모토 아이의 체격은 장작을 패고 볏단을 척척 묶어내거나 남자들도 주저하는 오리 잡기 등의 장면에서 처녀 농부다운 강단있는 면모와 어울린다.

매일 채소와 곡식을 가꾸고, 날마다 삼시세끼를 해먹다보면 어느새 일년이 지난다. 시간은 잘 가는데 이래도 괜찮을까 싶을 때, 주인공 이치코는 어머니의 편지를 받고 자신이 도시로 나갔다가 되돌아온 이유를 떠올린다. ‘매일 같은 나날을 보내는 게 원이 아니라 나선을 그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어머니의 말은 꽤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늘 같은 자리에 있는 사람은 없다. 같은 일을 반복해도, 시간이 쌓이면서 경험도 내공도 쌓이고 마음도 자란다. 원과 나선은 2차원에서 볼 때는 같을지 몰라도 3차원이 되면 그 차이가 분명하다. “내가 너보다 밥을 몇그릇을 더 먹었는데!”라는 선배의 일갈이 때로는 이렇게 와닿을 수도 있다. 먹은 끼니만큼 오랜 시간, 그 시간 만큼의 경험은 그냥 생긴 것이 아니다. 물론 그 경험을 어떻게 쓸 지는 본인에게 달렸다.

김민정 기자  aeoncoo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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