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 1이 너무 괜찮았나 보다. 만화 원작은 그렇게 훌륭한 작품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에서 실사로만 만들면 여지없이 망쳐왔으니, <기생수>라고 다를까 싶어 아무 기대 없는 상태에서 본 파트 1은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가장 염려했던 cg 장면도 매우 준수했고, 괜찮을까 싶던 캐스팅도 충분히 수긍할 수 있었다. 그래서 파트 2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는데, 그 기대가 바스러진 기분이다.

파트 1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파트 2는 기운이 빠지고 산만한 느낌이다. 몇몇 설정을 원작과 다르게 바꿨는데 굳이 그랬어야 했을까. 가지를 잘 쳐냈다고 생각한 파트 1에 비해 파트 2는 이 장면도 넣어야 하고 저 장면도 넣어야 하는데 어쩌지 라고 허둥대는 느낌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파트 1 정도의 퀄리티만 돼도 비교적 볼만하다고 추켜세울 법 했는데, 왜 이렇게 됐는지 의아할 지경이다.

단점이 크긴 하지만 장점도 분명하다. 고개를 갸웃거렸던 캐스팅은 대부분 성공적이다. 후카츠 에리의 냉철한 연기는 좋았고, 소메타니 쇼타와 하시모토 아이의 궁합도 괜찮다. 가장 좋은 건 오른쪽이의 활약, 오른쪽이를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생물로 그려내 <기생수>를 더욱 흥미롭게 만들었다.

원작 <기생수>는 1996년에 완간됐다. 20년 사이에 인간 세상은 더 흉흉해진 것 같다. 세상이 더 난폭해졌다기 보다는, 감춰진 것이 드러난 것 뿐이겠지만. 그 시간 동안 너무나 있을 수 없는 범죄의 현장을 보고 들은 인간들에게는 이제 “인간이 어떻게 인간의 아이를 죽이겠어” 라며 죽음을 맞는 쿠라모리의 대사 대신 “인간을 죽여서 좋은 건 너네 인간들. 이 종을 잡아 먹으라고 내게 말한 건 인간들”이라는 고토의 대사가 훨씬 설득력 있다.

김민정 기자  aeoncoo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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