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오 애니메이터님이 UCLA에서 본격적으로 만든 첫 단편 애니메이션이라고 합니다. 유학 생활이 한창이던 시절이어서 여러 가지로부터 자유롭고 싶은 마음이 투영되었다고도 말씀해주셨던 작품으로, 세상을 이루는작은 유기체가 자신이 사는 세상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치는 간단한 내용을 가지고 있습니다. 형체가 명확하지 않은 물체들로 이뤄진 세상과 유기체를 해석하기보다 영화가 보여주는 것을 따라가면 ‘심포니’를 이루는 음 하나하나와 유기체의 자유를 향한 갈망과 존재 이유를 느낄 수 있는 수려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외에도 흑과 백만을 이용해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대상을 집중시키고 비발디의 곡과 조화를 이루는 연출이 절정을 이뤄 단단한 집합체를 이룬다고 느꼈습니다. 첫 작품의 강렬함과 붓으로 날카롭게 한자의 한 획을 긋는 듯한 완고함이 아직도 살아 움직이는 거 같네요.

2021 오스카 단편 애니메이션 후보에도 올라 대중들에게도 많이 알려지고, 저에게도 많은 기대감을 실어줬던 작품이었습니다. 단편 작품에서 기대를 해 본 경험도 이번이 처음이고, 대체로 이러한 기대는 저에게 있어서 못 미친 경우가 대다수였는데, <오페라>는 모든 면에 있어서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고고학자분들이 오래된 유적에서 역사적으로 가치 있고 풍부한 내용을 담은 고대 유물을 발견한다면 저와 같은 설레임을 느낄 거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야심차고, 웅장하며 전율을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었습니다. 영화와 애니메이션이라는 특정한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예술을 하고픈 한 명의 예술가이자 후대를 위해 시간을 기록하는 혁명가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거대한 세상을 축소해 특정 구조 안에 모든 생명을 순환 속에 살아 움직이게 하는 목적을 달성하고, 내용을 담아내 현세기에 걸맞은 벽화를 재창조해냈습니다. 구조와 움직임은 단순하지만, 이를 알차게,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다차원적인 구성물로 대서사시를 완성해내는 것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핵심점이라고 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지금까지의 작품 중 가장 감성적이고 직접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추상적인 비유와 표현으로 세상을 보여주던 것과는 달리한 사람과 나무가 동시에 성장하는 것을 보여주며 희로애락, 변치 않는 소망을 움켜쥐는 간절함과 풋풋함을 보여줍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한 청년과 나무의 성장기를 다뤄 마치 에릭 오 애니메이터님의 자전적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했던 작품이었습니다. 황홀한 배경이 마치 어린 왕자가 떠오르게 하던 이 작품은 VR로도 관람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VR로 관람하였다면 다채로운 배경과 영상을 실감 나게 볼 수 있었겠지만, 감독의 시점에서 전하고자 하는 의도와 이야기를 볼 수 있는 영화 영상 버전으로 접하게 되어 더 좋았던 작품이었습니다.

신재덕 기자  idaho-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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