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 신현국

 1860년대 인상주의의 탄생은 근대미술의 태동에 결정적 영향을 주었다. 세잔으로부터 다시점 입체파가 태동했으며 고갱의 색채에 대한 해방은 야수주의를 싹트게 했고, 고흐의 감각적 붓놀림은 표현주의 회화에 모티브가 되었다. 고흐와 고갱의 회화를 결합한 야수주의는 색채의 자유로움을 추구한 반면 세잔을 선두로 하는 입체파는 형태의 자유로움에서 영감을 얻으려 하였다. 입체주의가 유행하면서 야수파가 쇠퇴한 것처럼, 20세기 초에 나타난 다양한 사조는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생성되고 곧 소멸되었다.

 자연의 재현을 거부하고 전통미술의 규범을 탈피하려 했던 20세기 미술가들은 색과 형태의 주관적 감정과 감각의 표현에 대한 자유로움을 주장했다. 이들은 색과 구도에 대한 통념을 무시하고 때로는 왜곡을 통해 감정을 전달했다. 전통적으로 색과 형태는 미술에서 시대별로 중요하게 인식되었다. 색이 중요시되던 중세미술과 형태의 완벽함을 우선으로 했던 르네상스 미술의 차이만큼 색과 형태는 미술사를 구분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20세기 이전의 색과 형태의 왜곡은 전통적 규범 내에서 이루어졌다. 하지만 20세기 미술을 포괄하는 표현주의는 기존의 색과 형태 모두를 거부한 파격적인 변형이었다.

칸딘스키, 청기사 1호 연감표지, 1912

표현주의 선구자로 알려진 뭉크는 독일 미술에 많은 영향을 주었으며 자신의 강박관념을 그대로 화폭에 담아냈다. 그의 대표작 ‘절규’는 깊은 좌절에 빠진 자신의 감정을 핏빛 하늘과 곡선과 직선의 불안정한 형태의 결합으로 표현했다. 1905년에 결성된 독일의 ‘다리파’는 19세기 회화의 사실성에 반하여 결성된 단체로 표현주의 화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그룹이다. 1900년대 초부터 프랑스와 독일에서 시작된 표현주의는 종종 20세기에 나타난 야수파, 입체파 등과 구분되어 설명되지만, 좀 더 포괄적인 의미에서 모두 표현주의의 테두리 내에서 설명된다. 20세기 미술의 주관적 감정의 표출은 표현주의 회화가 지향하는 방향과 일치하며, 이러한 맥락에서 어느 화파로 구분할 수 없는 모호한 경계에 위치한 클림트와 샤갈 등도 표현주의 화가로 보기도 한다.

표현주의 미술은 1910년경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 등에 의해 ‘청기사파’가 결성되면서 색과 형태, 질감 등에 있어 더욱 난해한 비구상적 요소를 추가함으로서 추상주의 미술의 시대를 연다. 그는 ‘예술에 있어서 정신적인 것에 대하여’를 저술하고 추상미술에 대한 이론적 전파에 노력하였다. 이후 추상미술은 몬드리안(Piet Mondrian)의 신조형주의로 발전되었지만 이런 주관적이고 난해한 미술은 점차 대중으로부터 멀어지게 되었다. 1920년대 신즉물주의 선구자 게오르게 그로스는 초기 표현주의의 왜곡과 과장을 주요 모티브로 작품을 만든다. 그는 전후 독일 지배층에 대한 사회적 병폐와 불안정한 시대의 현실을 철저히 파헤치고 예리하고 정확한 사실적 기법으로 소외된 자들의 광경을 재현한다. 신즉물주의는 지나치게 주관적이고 감정적인 표현주의에 대한 반발로 일어난 사조로 1923년 독일 만하임미술관장 하르트라우프가 기획한 전람회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그로스와 딕스 등이 주도한 이 운동은 1차 대전을 기점으로 과학의 발달이 가져온 참상에 대한 회의와 반성이 문학과 예술에 반영된 결과로 즉물적인 대상을 파악하고 실재감 회복을 위해 노력했다.

폴스트렌드, ‘Wire well', 1917

사진에 있어서 신즉물주의는 정물사진의 형태로 나타났다. 랭거 파취는 식물과 기계, 건축 등의 구조와 형태를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기법으로 재현했다. 한편 파취와 함께 독일 신즉물주의 사진가인 카를 블로스펠트는 식물 등 자연적인 형태만을 대상으로 사물의 객관적 실체를 파악하려 하였다. 미국에서는 유럽의 신즉물주의사진과 같은 개념이 즉물사진이란 이름으로 발전했다. 1920년대 에드워드 스타이켄의 정물사진 ‘배와 사과’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형태인 객관성과 사실성을 갖춘 즉물적사진이다. 세계 3대 여류사진가로 꼽히는 이모젠 커닝햄은 기계적 재현 능력을 이용해 식물의 극사실적 형태를 추구한다. 하지만 미국 즉물사진의 원형은 에드워드 웨스턴의 정물사진을 말한다. 그의 작품 ‘피망’과 ‘조개’ 등은 단순한 배경과 클로즈업을 통한 객관적 사물의 구조와 형태 그리고 상징성 등 즉물사진이 갖추어야할 요소들을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알베르트 랭거 파취, ‘정물’

동시대 미국의 많은 사진가들은 20세기 초에 시작된 새로운 형태의 사진경향을 추구했는데 이는 알프레드 스티글리츠의 스트레이트 사진으로부터 시작되었으며, 이를 발전시킨 폴 스트렌드에 의해 구현되었다. 스트렌드는 대상을 사실적으로 바라보고 재현하는데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의 이러한 관심은 바로 에드워드 웨스턴에게 영향을 주었으며 F64그룹은 미국 즉물사진을 완성하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 미국의 즉물사진은 산업화에 의한 기계적 즉물사진과 식물을 주제로 한 식물적 즉물사진으로 구분되는데 미국 동부지역에서 주로 활동한 폴 스트렌드와 같은 사진가들은 기계를 주로 다루었으며 에드워드 웨스턴과 같은 서부의 사진가들은 나무와 바위, 꽃 등 식물을 주제로 다루었다. 즉물사진의 이러한 경향은 1950년대 마이너화이트에 의해 계승되면서 현대 조형사진으로 발전한다.

정지윤 기자  hatano6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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