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예산 추사고택

충남 예산군 신안면에 위치한 추사고택은 꽤 많은 사과농장을 지나야 만날 수 있다. 대로변에서 2차선 좁은 길을 10여분 달리다 보면 잘 꾸며진 야산에 아담한 한옥이 나타난다. 이곳은 1700년대 중반에 건립된 양반 대갓집으로 조선후기를 대표하는 문인 추사 김정희 선생이 태어나신 곳이다.

추사기념관

유형문화재 지정 

충남 예산은 사과로 유명한 고장이다. 사과농장에 둘러싸인 신암면은 조선후기를 대표하는 서예가이며 실학자이고, 추사체의 대가인 김정희 선생이 태어나신 곳이다. 추사고택은 1976년, 당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조선 최고의 학자로 여겼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특별지시로 고택을 충남 유형문화재로 지정하면서 매수하게 되었고 그해 9월 착공에 들어갔다. 당시 고택은 형체를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훼손되어 절반 정도는 끝내 복원하지 못하고 1977년 53칸의 집을 반으로 줄여 복원하였다.

추사기념관 건립
추사고택은 추사의 증조부 김한신이 영조의 차녀 화순옹주와 혼인한 뒤 월성위로 봉해지면서 지은 향저이다. 고택은 문간채, 사랑채, 안채, 사당 등이 남아있으며, 고택 옆에 화순옹주홍문과 추사기념관, 추사체험관 등의 건물이 들어서 있다. 추사기념관은 선생의 드높은 서예정신과 위대한 업적을 조명하고자 추사의 생애과 후세에 남긴 작품들을 체계적으로 보전 전시하고, 2008년에 건립되었다.

추사고택 안뜰

용궁리 백송
추사고택에서 북쪽 도로로 약500 미터 거리에는 천연기념물 제106호인 예산 용궁리 백송이 있다. 이곳은 추사의 고조부 김흥경의 묘역으로 추사가 24세 때 청나라 연경에서 돌아오면서 씨앗을 가지고와 심은 것으로 전해지는 백송이 있다. 원래는 세 가지로 자란 아름다운 모양이었으나 두 가지가 말라죽고 현재는 한 가지만 남아있다. 백송은 우리나라에서 번식이 어려워 희귀한 나무로 알려져 있다.

용궁리 백송

화암사 추사필적암각문
화암사는 추사의 증조부인 월성위 김한신이 영조로부터 별사전으로 분급은 곳에 중건한 절이다. 사찰 뒤뜰에 가면 추사의 체취를 느낄 수 있는 병풍바위가 있다. 넓은 바위 좌우로 ‘시경’(詩境)과 ‘천축고선생댁’(天竺古先生宅) 이란 글씨가 새겨져 있다. 시경이란 시를 읊을만한 좋은 곳을 뜻하고, 천축고선생댁 이란 천축 옛 선생 댁으로 석가모니를 가리킨다. 와병중인 말년에는 서울 봉은사에 판전(板殿) 현판을 쓰기도 했다.

김정희선생 필적암각문, 화암사

영욕이 교차된 추사의 삶 

추사 김정희는 1786년 충남 예산에서 당대의 명문가였던 월성위 김한신의 손자인 아버지 김노경과 어머니 기계 유씨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당시 그의 경주 김씨 집안은 안동 김씨, 풍양 조씨 등과 함께 세도정치의 한 문벌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는 이런 가문 배경과 출중한 실력으로 출세가도를 달려 24세에 생원시, 34세에 대과에 급제한 후 규장각의 대교, 충청도 암행어사, 성균관 대사성을 두루 거쳐, 54세에 형조참판에 올랐다. 그러나 이 같은 집안 배경이 그를 정치적 피해자로 만들기도 했다. 1840년 55세 되던 해, 정변에 휘말려 당시 서울에서 가장 떨어져 있어 중죄인들만 보내지던 제주도 대정현으로 유배되었다. 이곳에서 추사는 8년 3개월 동안 탱자나무 울타리에 갇혀 고통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추사의 묘

그러나 제주 유배 생활은 치열한 학문과 예술연찬을 통해 높은 학예의 경지에 이르는 시간이자 추사로 하여금 자기 내면을 성찰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 기간이었다. 유배기간은 이제까지 추구해온 그의 예술을 완성하는 결실의 기간이기도 했다. 추사는 1848년 12월 유배에서 풀려 서울로 돌아왔으나 3년째 되던 해에 다시 정치적 다툼에 휘말려 함경도 북청으로 또다시 유배되었다가 1년 만에 풀려나 과천 청계산 아래에서 조용히 말년을 보내다가 1856년 7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다. 그의 일생은 부귀영화에서 고독한 유배생활까지 최고와 최저를 넘나든 영욕이 교차된 삶이었다.

자 료  제 공 : 예산군 관광시설사업소(이인숙 추사고택 팀장)

신현국 기자  nssetter@naver.com

<저작권자 © 한국사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