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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주 영화의 향기- 튤립 피버 Tulip Fever

                 신은주 영화의 향기

            글 인천문화사진연구소 연구실장

            튤립 피버 Tulip Fever

튤립의 꽃말은 사랑의 고백, 헛된 사랑, 영원하지 않은 사랑, 실연이다. 왕관 모양의 꽃송이, 칼을 닮은 잎새, 황금빛 뿌리 덩어리에 사람들은 매료되어 17세기 네덜란드에서는 평범한 중산층이나 가난한 가구들까지 튤립 시장에 뛰어들었다. 구근을 사서 더 비싼 가격으로 되팔기 위해 집과 토지, 공장들을 저당 잡혔고 판매와 전매는 구근이 수확되기도 전에 여러 차례 이루어져서 귀한 변종들은 한 뿌리에 수백 달러 가격으로 팔려나갔다. 그러다가 가격이 계속 오를 것인가 하는 의심이 제기된 1637년 초에는 파국이 도래해서 하룻밤 사이에 튤립의 가격구조가 붕괴되어 네덜란드의 많은 평범한 가정이 재산을 날리고 파산을 했다.

영화 ‘튤립 피버’(감독 저스틴 채드윅)는 17세기 네덜란드를 배경으로 역사 속에 실재했던 튤립 열풍에 사랑 역시 그렇게 미친 바람처럼 타올랐던 남녀의 로맨스를 다루고 있다.

이 영화의 매력은 튤립 꽃에 불었던 광기와 위험한 사랑에 빠진 남녀를 서로 교차 전개하면서 파국을 향해 가는 인간의 모습을 긴장감 있게 잘 그려내어 2시간 동안 지루할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점, 그리고 철저한 고증을 거쳐 1630년대 당시 아주 작은 도시였던 암스테르담의 생활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여 리얼리티를 살려냈다는 것이다.

부모를 잃고 수도원이 운영하는 고아원에서 성장한 소피아(알리시아 비칸데르)는 아름다운 미모 덕분에 나이 많은 상인과 결혼을 한다. 아내가 어린 아들을 낳다가 모두 죽은 아픔을 지닌 거상 코르넬리스 (크리스토프 왈츠)는 소피아가 아들을 낳아줄 것을 간절히 원하지만 3년이 지나도록 아이는 태어나지 않는다. 어린 동생들에게 경제적 힘을 보태준 남편은 소피아에게 은혜를 갚아야 하는 존재이고 코르넬리스에게 소피아는 돈을 주고 산 물건처럼 함부로 대할 수 있고 아기를 못 낳으면 언제든지 버릴 수 있는 대상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소피아를 아내로 사랑하게 된 코르낼리스는 아름다운 부인 소피아와 함께 한 시간을 영원히 남기고 싶어 젊은 화가 ‘얀 반 루스’에게 부부의 초상화를 그리도록 한다. 얀(데인 드한)은 저택을 드나들며 초상화를 그리다가 소피아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고 소피아 역시 얀에게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든다. 초상화 값으로 튤립을 원하는 얀에게 소피아는 튤립을 들고 직접 찾아가고 둘은 서로의 육체를 탐하며 사랑에 빠진다. 남들의 눈을 피해 위험한 사랑을 불태우던 둘의 비밀은 하녀 마리아(홀리 그레인저)에게 들키게 되고 마리아는 생선장수 윌리엄과의 임신을 비밀로 지켜달라고 협상을 한다.

윌리엄은 마리아와 결혼하기 위해 튤립 구근 거래에 뛰어들어 많은 돈을 벌지만 마리아의 옷을 입고 ‘얀’을 만나러 간 소피아를 마리아로 오해해서 배신감에 말없이 원양어선을 타고 떠난다. ‘얀’은 소피아와 도망가기 위해 그림 대신 튤립 구근 거래에 뛰어들어 일생 일대의 모험을 걸지만 당시 튤립 버블은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거짓 임신으로 코르넬리스를 속인 소피아는 마리아와 공모해서 거짓 연기를 하며 위태롭게 얀과 사랑을 이어가고, 아기를 낳던 날 전염병에 걸린 것으로 위장해서 죽은 존재가 되어 코르넬리스를 떠난다. 슬픔에 빠진 코르넬리스는 태어난 딸에게 소피아로 이름을 지어주고 아내를 잃은 슬픔에 괴로워한다.

사랑에 미쳐 물불을 못 가리던 소피아는 자신이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후회한다. 아내와 아기 둘 다 위험하면 아내를 살려달라고 말하던 코르넬리스의 말을 관속에서 듣고 눈물을 흘렸던 그녀는 코르넬리스에게 돌아오지만 아기를 안고 있는 남편을 멀리서 보고 죄책감에 발길을 돌린다. 강물에 떨어뜨린 그녀의 숄이 그녀를 죽은 존재로 만들어버리고 파산한 ‘얀’은 소피아를 찾아 헤맨다.

뒤늦게 모든 진실을 알게 된 코르넬리스는 자신이 소피아를 물건처럼 취급했던 걸 떠 올리고 집을 하녀 마리아에게 넘겨주고 소피아를 잘 키워 달라며 동인도로 떠난다. 3년이 흐른 후, 동인도에서 코르넬리스는 새 가정을 꾸렸고, 마리아와 윌리엄 부부는 아이들을 많이 낳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다시 8년이 흐른 후 얀은 수도원의 벽화를 그리고 있고 소피아는 원래 살던 고아원으로 돌아와 있었다. 수도원에서 재회한 둘은 서로 웃음을 주고 받는다.

영화에서 윌리엄과 사랑을 나누는 마리아는 언제나 에너지가 넘치지만 코르넬리스와 사는 소피아는 늘 생기가 없다. 소피아가 열정적일 때는 얀과 함께 할 때였고 그것은 막을 수 없는 어떤 운명처럼 둘은 그 바람을 타고 거침없이 흘러갔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의 열정을 네덜란드의 튤립 열풍과 함께 그려 낸 영화는 우리들에게 사랑에 대해 여러 가지 질문을 던져준다.

최용백  100yong1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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