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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공녀 Microhabitat

신은주 영화의 이야기

인천문화재사진연구소 연구실장

소공녀 Microhabitat

난 갈 데가 없는 게 아니라 여행 중인 거야.

영화 ‘소공녀’는 독립영화의 힘은 감동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착한 영화이다. 가난해도 당당하고 마음이 따뜻한 소공녀 ‘미소’(이솜)는 삭막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삶에서 중요한 그 무엇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준다. 피렌체 한국영화제 심사위원상, 제 22회 부산국제영화제 CGV 아트하우스상, 제 43회 서울독립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한 이 영화의 매력이 무엇일까? 전고운 감독은 ‘돈’에 얽매여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공감만으로도 위로가 될 수 있다’고 ‘소공녀’를 청춘 판타지 영화로 만들었다.

좋아하는 담배 한 모금, 위스키 한 잔, 남자친구만으로도 행복한 미소(이솜)는 월세가 또 오르자 방 없이 살기로 결심한다. 누구는 집을 지키기 위해 다른 것을 포기하지만 그녀는 집은 없어도 생각과 취향은 지키며 살고자 한다.

큰 배낭을 짊어지고 캐리어를 끌면서 가사도우미로 그녀가 버는 일당은 45,000원. 그 돈은 담배 한 값, 위스키 한 잔, 그리고 흰 머리로 변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먹어야 하는 약값, 데이트 비용으로 나가고 좋아하는 것에 주저없이 돈을 쓰는 그녀의 얼굴은 웃음으로 가득하다.

비싼 등록금 때문에 중도에 포기한 대학이지만 그 시절의 밴드 친구들 사진을 소중하게 간직하는 미소는 그들을 찾아간다. 영화는 친구들 이름과 밴드에서 맡은 역할을 화면으로 보여주며 그녀의 여정을 따라간다. 계란 한 판, 무거운 짐을 끌고 보고 싶어 찾아간 친구들은 모두 자기 집에 살고 있지만 그녀에게 잠자리를 제공해줄 수 없는 사람으로 살고 있었다.

회사로 찾아가서 만난 최문영(베이스)은 예민해서 다른 사람이랑 같이 살 수 없다고 거절을 하고, 정현정(키보드)은 미소를 반가워하지만 대놓고 싫은 기색을 드러내는 시어른과 남편 때문에 하룻밤만 재워줄 수 밖에 없다. 미소는 음식을 못하는 현정을 대신해 여러 가지 반찬을 만들어 놓고 밴드시절의 사진 뒷장에 반가웠다는 글을 적어 놓고 나온다. 부모랑 사는 김록이(보컬)는 아들을 장가보내고 싶어 들떠있는 부모를 위해 미소에게 결혼하자고 부담을 준다. 아파트에 살고 있는 한대용(드럼)은 이혼 위기를 겪으며 우울하게 지내고 있어서 청소를 해주고 음식도 만들어주며 당분간 머물 수 있지만 남자친구의 불편한 심기를 이해하고 편한 공간을 포기한다. 부잣집에 살고 있는 최정미(기타)는 넓은 집이 적적하다고 방을 내어주지만 나중에는 미소를 담배도 못 끓고 남에게 피해주는 뻔뻔스런 인물로 취급한다. 미소가 찾아간 친구들은 어려울 때는 모두 미소에게 빚을 지었지만 정작 집이 없는 미소가 손을 내밀 때는 그 마음을 위로해주지 않았다.

그녀의 기쁨이던 남자친구도 사우디아라비아로 돈을 벌러 떠나고 그녀는 강변에 텐트를 친다. 어둠 속에서 붉은 불빛이 새어나오는 그녀의 텐트는 고독한 섬 같지만 그속에 사는 사람의 마음이 따뜻해서 비참해보이지 않는다.

배우 이솜은 매력적인 웃음으로 가난해도 초라하지 않은 ‘소공녀 미소’를 자신만의 색깔을 지닌 멋진 여성으로 만들었다. 소공녀 미소는 집만 있는 사람들이 잃어버린 ‘멋’이 무엇인지 우리에게 숙제로 남겨준다.

 

최용백  100yong1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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