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과학원에서 연설 중인 '프랑수아 아라고'

르네상스 미술가들은 자연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는데 주력했는데 그 결과 그들은 가장 효과적인 도구를 개발하고 애용하였다. 그 도구는 사실적인 형태를 만들어주어 그저 따라만 그리면 완벽한 밑그림을 제공했는데 그들은 그것을 ‘카메라 옵스큐라(Camera Obscura)’라고 불렀다. 카메라 옵스큐라의 원리는 기원전 4세기경에 아리스토텔레스가 ‘핀홀상의 방법론’을 통해 이미 언급했으며,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실물을 고안함으로서 많은 화가들이 암암리에 사용하게 되었다.

카메라 옵스큐라의 실용화는 더욱 진보하여 핀 홀 대신 렌즈를 달아 더욱 선명한 상을 얻을 수 있었으며, 17세기, 18세기를 거치면서 인간의 손이 아닌 자연의 손이 대신 그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게 되면서 사진이 발명 된다. 17세기 북유럽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Jonannes Vermeer)를 소재로 한 영화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는 그가 카메라 옵스큐라를 이용해 작품 만드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의 대표작 ‘회화예술’은 기존의 회화기법과 매우 다른 시각적 특수성이 나타나는 작품이다. 이 그림은 화실을 방문한 고객에게 보여주기 위해 제작된 작품으로 일종의 디스플레이용 그림이었다.

영화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 중

다른 그림보다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그린 만큼 그림에 대한 이야기도 무성하다. 이 그림에 나타나는 전경의 오브제는 카메라의 아웃포커스 기법이 그대로 적용되었으며 사물의 디테일도 놀라울 정도로 사실적으로 묘사되었다.

이는 당시 베르메르가 카메라 옵스큐라를 즐겨 사용했으며 카메라 앵글을 보며 모델과 사물의 위치를 변경해가면서 하나의 그림을 완성해갔음을 의미한다. 이런 이유로 베르메르를 최초의 사진가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만큼 당시 카메라 옵스큐라는 화가들의 필수 품목이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당시 카메라옵스큐라는 폴 샌드비(Paul Sandby), 러스킨 등 놀라울 정도로 많은 화가들이 드로잉 도구로 사용하였으며, 폴 샌드비의 아들은 아버지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말을 하였다.

“그는 자신의 드로잉들에서 반사하는 광선, 깨끗한 그림과 대기의 색조, 그리고 원경이나 하늘의 정확함 등 암사사진기를 통해서 보이는 그러한 자연의 나타남을 보여주고자 했었다.”

하지만 18세기 들어 사진적 영상에 대한 반목이 심해져 논쟁이 확산되었다. 호가드((Hogarth)는 카메라 옵스큐라의 기계적 영상이 화가들의 시각을 살아 숨 쉬는 자연보다 생명이 없는 것의 모방에 끌어들이고 있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호가드 외에 기계적 영사의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던 화가들은 자연을 관찰함에 있어 압축된 영상을 보고 그리는 것은 상상력을 저하시키며 왜곡된 영상을 통해 잘못된 그림을 그릴 수 있기 때문이며, 더 나아가서는 고전주의 화가들의 신성함까지 경시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여하튼 카메라 옵스큐라는 르네상스 미술의 시작과 함께 화가들의 드로잉을 보조하는 기구로서 훌륭한 역할을 하였다.

신현국  nsset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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