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꽃 나무가 가져다주는 삶의 평안함

당현천 식생 연구하는 장기성 약용식물학자

“이 작은 책을 통하여 산과 들에 핀 풀 한 포기조차 가벼이 여기지 않는 마음을 갖게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장기성 약용식물관리사협회 부회장은 약용 초본식물 100종과 동일한 약성을 갖는 유사종 70종을 과별로 소개한 ‘초보자를 위한 한방 산약초 백과 - 초본편’을 지난 2월 펴냈다. 치밀한 구성으로 식물의 효능과 생육 정보, 해당되는 질병, 복용법, 주의할 점 등 기본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식물의 간단한 이용법, 민간처방, 유사종과의 구별법 등을 별도로 기술해 독자들에게 다양하고 깊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 책을 내기까지는 무려 4년여의 시간이 걸렸다. 발품을 팔아 찍은 500여장의 식물사진이 꽃, 잎, 줄기, 뿌리 등으로 구분돼 작은 책자 안에 세세하게 실렸다.

장기성 부회장의 전공은 가축영양학이다. 건국대학교 축산대학을 졸업하고, 박사과정을 마친 뒤 어류와 가축사료를 만들었고, 중국 광동성에서 뱀장어 양식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위가 안 좋아 약초에 관심을 갖고 본초학 공부를 하게 된 것이 약용식물학자로서의 길을 걷게 된 계기이다. 약초로 다스린 속은 지금은 편안하다.

장 부회장은 주말마다 카이스트 옆에 있는 홍릉수목원에 간다. 멀리 전남까지 다녀오는 일도 있는데, 주로 혼자 다닌다. 이렇게 전국을 뒤져 8월 중순 ‘산약초 백과 - 목본편’도 출간했다. 출판업계가 어렵다보니 출판사를 찾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들었다는 장기성 부회장은 다음엔 풀 300종, 나무 200종을 싣는 도감을 만들 계획이다. 하지만 출판사들은 등산객을 대상으로 한 포켓본을 원해 그를 안타깝게 한다.

“이번엔 식물을 과(科)별로 묶었는데, 다음엔 장부(腸部)별로 묶을까 해요. 각 장기(臟器)를 치료하고 튼튼히 하는 약용식물을 소개하는 거죠. 어디가 아픈 사람은 어느 식물을 이용하면 될지 알도록 하려고요.” 꼼꼼하고 세밀한 학자적 성품이 책을 쓰임새 있게 편집하도록 하고 있다. 도감발행을 위해 나영균 사진작가의 열린문화교실에서 프로사진기술도 배우고 있다.

그는 요즈음 사진기를 들고 당현천을 자주 찾는다. 당현천 식생을 연구하기 위해서이다. “한 시간 동안 새싹교와 염광교 사이에서만도 서른 가지가 넘는 식물이 발견된다.”고 말하는 그는 틈나는 대로 당현천 식물사진을 찍고 있다. 열린마을학교 동아리 활동의 일환으로 이를 데이터화하여 보급할 계획도 갖고 있다.

“명약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들이나 산야에 핀 작은 한 송이의 풀마저도 소중한 약이 되며, 일상생활의 식탁에서 소비하는 푸성귀 하나까지도 우리의 피가 되고 살이 되지 않는 것이 없어요.”라고 이야기하는 장기성 부회장은“오늘은 어떤 풀꽃을 만날까 기대감에 들게 되고, 그렇게 만난 풀꽃나무는 삶에 평안함을 줍니다.”고 말한다.

장기성 약용식물학자의 당현천 풀, 꽃 이야기를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노원신문에 연재한다. 풀의 구별법과 약용법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무심히 지나치던 당현천 산책길의 풀, 꽃, 나무들이 그로 인해 이름을 찾게 되고, 아이들이 풀이름을 물으면 대답해줄 수 있는 부모가 늘어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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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신문 김명화 기자 fornowon@hanmail.net

한임주 기자  hanimj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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