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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주 영화의 향기-패터슨 Paterson

영화의 향기-신은주

패터슨 Paterson

딱 한 소절만 기억이 났다

                         연재-신은주(인천문화재사진연구소 실장)

 

짐자무쉬 감독의 영화 ‘패터슨’은 시와 일상이 자연스럽게 만나는 영화로 미국 뉴저지주의 패터슨에 사는 23번 버스기사 패터슨(아담 드라이버)의 일주일을 요일별로 잔잔하게 그려낸다. 성실하고 조용한 성품으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평범한 주인공 패터슨을 따라가는 영화 전개는 단조로워서 지루할 수 있지만 오히려 그 점이 매력으로 또 다른 감동을 안겨준다. 특별한 사건이 없어도 우리들의 하루는 삶의 층을 쌓아올리고 그것이 시의 소재가 된다.

영화 자막에 요일이 표시되어 날짜가 바뀌고 반복되는 일상은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패터슨은 알람 없이 거의 정확하게 6시 12분에 눈을 떠 사랑하는 아내 로라 (골쉬프테 파라하니)와 침대에서 짧은 대화를 나누고 혼자 시리얼로 아침을 먹은 후 걸어서 출근한다. 동료 도니의 확인을 받고 운행을 시작하면서 우연히 승객의 대화도 듣고 거리 풍경을 마음에 담는다. 아내가 싸 준 샌드위치를 멋진 폭포 앞에서 먹고 보고 느낀 것을 시로 쓴다. 정확한 시간에 퇴근해서 아내와 대화하며 저녁식사를 하고 틈을 내서 쓴 시를 지하에 마련된 자신의 서재에서 마무리한다. 애완견과 산책을 나가 단골 바에서 맥주를 마시고 돌아오는 것이 매일 반복되는 그의 생활이다.

그러나 어제와 똑같은 오늘은 없듯이 조금씩 사소한 변화가 일어난다. 부담이 되는 금액이지만 몇 백 달러짜리 기타를 사서 컨트리 가수의 꿈을 이루고 싶다는 아내의 소망을 들어주고, 이미 끝난 연애에 자살소동을 일으키는 남자의 행동을 막아내기도 하고 패터슨이 모는 고물 버스가 도로 한 가운데에 멈추는 일들이 일어나지만 삶은 흔들리지는 않는다. 그냥 작은 바람일뿐이다.

패터슨의 유일한 독자인 로라는 남편의 시를 혼자 보기 아깝다고 1년 전부터 패터슨을 졸라 대고 아내의 의견을 존중하는 패터슨은 주말에 복사하기로 한다. 조용한 남편과 반대로 늘 사건을 만들고 집안을 매일 아름답게 가꾸는 생활형 예술인 로라는 자신이 밤에 꾼 꿈이 현실에서 이루어질거라 기대하며 늘 늘떠 있지만 조용한 패터슨과 조화를 이루며 서로를 사랑과 존중으로 대한다.

가족의 일원인 애완견 마빈은 부부의 사랑을 늘 질투하고 혼자 노는 것이 무척 심심해서 똑 바로 서 있는 우편함을 한 번씩 흔들어 놓기라도 하면서 무료함을 달래더니 로라와 패터슨이 오랜 만에 외출을 나갔을 때 패터슨의 비밀노트를 산산조각 찢어놓는 대형 사고를 친다.

그동안 그가 쓴 시는 모두 사라져 버렸다. 아내에 대한 사랑을 담은 시, 운행하면서 느낀 점을 쓴 시 등 그가 매일 매일 쓴 시들이 하루 아침에 모두 사라져 버렸다.

이 영화에서 가장 큰 사건은 바로 비밀노트에 쓴 시들이 모두 사라져버린 것이다. 패터슨은 겉으로 드러내지 않지만 무척 충격을 받는다. 좋아하는 폭포 앞에 우울하게 앉아 있는 그에게 다가 온 일본인 관광객은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의 시집 '패터슨'을 펼쳐 읽으면서 그이 흔적을 찾아 여행중이며 시인으로 자신을 소개하지만 패터슨은 버스기사라고 말을 한다. 윌리엄스는 패터슨 시에 살면서 일상을 시로 기록한 시인으로 패터슨이 가장 좋아하는 시인이기도 하다.

그는 패터슨에게 빈 공책 하나를 주며 ‘때로는 텅 빈 것이 좋을 때가 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떠난다. 패터슨은 빈 노트에 ‘The Line(더 라인)' 시를 쓰기 시작한다. 할아버지가 즐겨 부르던 노래를 떠 올리지만 잊혀진 가사속에서 딱 한 소절 ’ 차라리 물고기가 될래‘만 떠 올린다. 그가 쓴 시들은 모두 날아가 버렸지만 소중한 것은 딱 한 소절로 남았다. 영화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길지 않다고 들려준다.

다시 월요일이 돌아오고 그는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하고 사랑하는 아내는 여전히 그의 곁에 있다. 아내 로라를 한참 동안 비추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우리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조용히 들여다보게 하는 영화 ‘패터슨’은 일상이 시가 되고 시가 일상이 되는 교훈을 조용히 들려준다.

 

최용백  100yong1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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